[사설] 대학 구조개혁 기초학문 약화 안 되도록
수정 2014-01-29 02:14
입력 2014-01-29 00:00
걱정도 있다. 개혁안의 특징은 숫자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 감축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진 각 대학이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른바 비인기학과의 통폐합이다. 문제는 비인기학과의 대부분이 물리, 화학, 생물 같은 기초과학 분야나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불리는 문학, 철학, 사학 같은 인문학 분야라는 것이다. 기초과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나라 치고 경제력이 튼튼한 나라가 없고, 인문학이 부실한 나라 치고 삶의 질이 높은 나라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에도 기초과학과 인문학은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당위성에 밀려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학과 폐지나 통폐합 대상의 1순위에 올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대학의 자체 개혁 과정에서조차 이런 지경이었다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정원감축이 본격화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정부의 대학 개혁안은 이미 지방에서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학생 없는 대학’의 위기가 수도권으로 번져 고등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처방이다. 각 대학도 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체감하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는 개혁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럴수록 정부와 대학은 개혁안이 자칫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는 없는지 숙고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대학이 구조개혁을 빌미로 기초학문을 포기하고 실용학문 일변도로 치닫지 않도록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기초과학과 인문학에 전통과 권위를 가진 대학이 앞장서 기초학문을 약화시키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2014-0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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