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촉법, 수혜 대기업이 그 당위성 보여줘야
수정 2014-01-03 00:00
입력 2014-01-03 00:00
정부는 외촉법 통과로 일단 2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1만 4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법 개정이 불발됐다면 SK종합화학은 울산 PX(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비용 9600억원을 모두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외촉법 통과로 일본 JX에너지로부터 48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할 수 있게 돼 증설공사 마무리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는 더 반색한다고 한다. 2012년 일본 업체들과 1조원 규모의 여수공장 합작증설계약을 체결하고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성섬유와 페트병 원료인 PX부문은 정유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업체 간 증설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세계 최대 소비국 중국도 2020년 자급률 100%를 목표로 공장 증설 투자를 하고 있다. 차질없는 합작투자로 석유정제에 편중돼 있는 정유회사들의 사업구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孫子)회사가 다시 자회사(증손자회사)를 설립할 때는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해 왔다.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이번에 50%로 대폭 완화했다. 외국계 등 다른 기업과 합작으로 자회사를 세우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법 개정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549곳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290여곳, 중견·중소기업은 25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해 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 통과가 불가피한 면은 있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자금이 풍부한 특정 대기업 몇 곳에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외국인투자촉진책을 세울 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토지임대료 감면, 용지 매입비 지원, 외국인투자지역 조성 등 자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 유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2014-0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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