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몽에 사로잡힌 容共 실체 똑똑히 봐야 한다
수정 2013-08-31 00:32
입력 2013-08-31 00:00
국가정보원이 법원 영장에 따라 실시한 감청으로 드러난 이 발언은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조직원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이 의원의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모임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발언에 이어 참석자들은 통신과 철도, 가스·유류저장소 등 기간시설 타격과 관계자 포섭, 사제총포 제조, 주한미군 감시, 대중역량 강화 등과 같은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평택 유류저장소 탱크의 두께가 어떻고에서부터 사제권총은 부산에서 구입할 수 있다느니, 사제폭탄 전문가를 포섭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갔다.
이 RO회의 녹취록을 접하면서 크게 세 가지 대목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선은 이들의 종북적 사고행태를 떠나 그 기저에 담긴 시대착오적인 미몽(迷夢)이다.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고 단기필마로 달려드는 돈키호테의 한 무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황당하다. 대체 어느 시대,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인지 의심케 된다. 형법상 내란음모로 볼 수 있을 발언들을 무려 130여명이 사실상 공개된 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는 점도 충격이다. 이 모임 규모를 내란음모 혐의를 부정하는 근거로 주장하는 측도 있으나, 종북·용공세력이 이처럼 활보하고 다닐 만큼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가 이완되고 흐트러졌음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보다 심각한 대목은 이 조직을 이끄는 이석기씨의 신분이다. 국가기밀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RO의 조직력 정도와 관계없이 언제, 어떤 형태로든 국가 안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혐의를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실체 규명이 시급하며, 이씨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여야는 국회로 이송될 이씨 체포동의안 처리에 즉각 뜻을 모으기 바란다.
2013-08-3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