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수 ‘검은 비’ 정부차원서 규명하라
수정 2013-06-14 00:00
입력 2013-06-14 00:00
주민대표가 포함된 조사단은 검은 비가 주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분진이 섞여 내린 것으로 추정한다. 피해지역이 기계와 금속 등 중화학 업종과 화력발전소가 있는 율촌 제1산업단지와 가깝게는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경우 도장작업에 앞서 철판의 녹을 제거하고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자 모래를 고압의 공기로 쏘는 과정에서 분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이에 따라 율촌 제1산업단지에서 쇳가루 분진을 배출하는 업체 18곳을 먼저 선정해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피해지역에는 지난해에도 검은 비가 내렸다니 원인이 공단에 있을 가능성은 실제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역 차원에서는 조사 범위를 외부적 요인까지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쇳가루처럼 보이는 물질이 외부에서 유입된 오염된 대기와 지역에서 유출된 물질의 화학적 반응에 따라 생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원인을 밝혀냈다고 해도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역 차원의 제재에 그친다면 같은 재난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중대한 환경재난이 일어난 상황이다.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행정은 없다.
2013-06-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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