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윤창중 추문’ 벗어나려면 특단의 쇄신해야
수정 2013-05-15 00:14
입력 2013-05-15 00:00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것은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저버린 한 개인의 도덕적 일탈 때문만이 아니다. 다수 국민들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일어난 전무후무한 성추문 사건의 수습 과정에서 보여진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과 일처리에 더 실망했다. 청와대는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는다며 향후 대통령의 외국 방문 시 청와대 공직기강팀을 수행단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해외순방 매뉴얼을 만든다고 하더니만 기껏 나온 대책이 공직기강팀의 출장이다. 국격 훼손을 막는 대책치곤 너무나 표피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뼛속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인사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하다. 윤씨의 평소 언행을 아는 이들은 이번 사태를 예고된 참사라고 한다. 잘못된 인사였기에 언제 사고가 나도 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해외출장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이들을 뽑아야 한다.
내부의 위계질서를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윤씨의 귀국과정을 놓고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씨가 진실 공방을 벌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청와대 내 일부 수석실의 경우 아래, 위가 없이 뒤죽박죽이라고 한다. 위계질서가 없는데 중대한 사안이 터졌을 경우 일사불란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겠는가. 사고 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하루가 넘게 걸린 것은 더욱 문제다. 사안의 민감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참모가 있었고, 이를 즉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보고체제’가 갖춰졌더라면 이번 일은 이렇게 커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설령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경우에도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 있는 참모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참모에게 방문을 활짝 여는 대통령의 마음가짐도 더욱 필요하다.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새옹지마일 수도 있다. 공인의식이 실종된 윤씨 같은 인물이 계속 설치고 다닌다면 언젠가는 아찔한 사고가 나기 마련 아닌가. 청와대는 차제에 잘못된 ‘싹’을 도려내고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특단의 내부 쇄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3-05-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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