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중국의 계좌 폐쇄 의미 엄중히 새겨야
수정 2013-05-09 00:00
입력 2013-05-09 00:00
BOC의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중국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를 단순 지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북 제재를 몸소 실천하고 나섬으로써 북에 전례 없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특히 조선무역은행은 유엔이 아니라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적극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물론 BOC의 이번 조치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감도 있다. 미국의 강력한 설득에 따라 마지못해 취한 상징적 제재이며, 따라서 좀 더 중국 당국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자금통로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이후 상당부분 분산된 터라 이번 계좌 폐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감싸고 도는 데만 급급했던 후진타오 주석 체제의 중국과 비교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그제 워싱턴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 그리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시그널을 유의해서 보기 바란다. 도발 위협에는 더 이상 보상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국들의 일치된 경고를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한다. 혹여라도 중국의 속내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국지 도발을 자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경제는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만이 살릴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고언을 부디 귀담아듣기 바란다.
2013-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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