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경쟁력 부끄러운 산업 안전 불감증
수정 2013-03-25 00:00
입력 2013-03-25 00:00
문제는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현장이 대부분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핵심 공장이라는 데 있다. 파이넥스 1공장은 공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혁신적 공정으로 한국의 제철 수준을 10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은 첨단 설비이다. 그럼에도 폭발 사고 이후 늑장 신고로 진화 작업이 늦어진 것은 물론 폭발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소식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 구미공장은 지난 2일에도 불산 용액을 누출시켰다. 당시 자체적으로 수습하려다가 내부 직원이 제보하자 마지못해 신고하는 바람에 행정처분까지 받았음에도 같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은 불산 누출 ‘전과’가 있는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벽을 이루는 반도체 공장으로, 역시 염소 가스의 누출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안전불감증은 안전보다 생산성을 앞세우는 구시대적 기업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최소한의 산업 안전의식만 있으면 이 같은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있지 않은가. ‘후진국형’ 사고가 빈발한다면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도 언제 모래탑으로 변할지 모른다. 사람과 환경을 위협하면서 생산된 제품을 안전하다고 믿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산업안전을 먼저 고민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때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도 높아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2013-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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