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대통령 아들 특검에 출두하게 했나
수정 2012-10-26 00:00
입력 2012-10-26 00:00
검찰은 지난 6월 시형씨는 아버지 말에 따라 부지를 대신 취득했으며, 구입자금 12억원 가운데 6억원은 큰아버지로부터 빌려 마련했다는 청와대 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시형씨에 대해서도 배임 등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며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또 나머지 관련자들도 모두 면죄부를 줬다. 그러나 특검팀이 수사에 나선 이후 의심쩍은 사실이 새롭게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시형씨는 계좌이체라는 간단한 방법 대신 스스로 차를 몰고 큰아버지 집으로 가 6억원을 가방에 담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나 돈의 출처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부지 매입에 관여한 김세욱 전 행정관으로부터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통해 시형씨 땅 매입 실무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은 시형씨에 대해 서면조사만 끝내고, 김 전 총무기획관도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 처분을 내렸다.
부실수사로 특검을 자초한 청와대와 검찰은 자성해야 한다. 최고 권력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특검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시형씨는 물론 관련자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잘잘못을 가려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 앞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2012-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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