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FTA 처리 협상파가 전면에 나서라
수정 2011-11-17 00:16
입력 2011-11-17 00:00
ISD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이 재협상을 약속하고, 미국도 화답했다. 한·미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는데도 민주당이 폐기나 유보를 전제한 재협상을 보장하는 합의문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 대통령이 주권국 대통령의 자존심을 걸고 약속한 이상 민주당도 한발짝 양보하는 게 합리적이고 온당한 처신일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확신할 정도로 ISD 문제가 수용해서는 안 될 독소조항이라면 재협상을 통해 폐기를 집요하게 주장하고, 관철시키면 될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면 야권 연대를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결국 이에 굴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략적 이익에 볼모 잡혀 제1야당을 궁색하게 만든 강경파들을 협상파들이 좌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거부로 몰고 간 과정만 해도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경론을 주도하더니 의총에서도 협상파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강봉균 의원 등이 비밀투표로 당론을 결정짓자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강경이 강경을 부르면서 결국 파기를 전제로 하는 문서까지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여야 합의처리는 더 멀어졌다. 한때 손 대표는 재협상 보장문서를 받아오면 수용하자고 제의했지만 강경 분위기에 묻혀 더 꼬인 상황이 됐다.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형국이다.
민주당이 밟고 가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여당으로서는 더 인내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을 상대로 강행처리를 위한 서명 작업을 할 것이라는데 국회용일 뿐이다. 최후의 수단을 쓰려면 국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는 협상파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협상파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 ‘정치 복원’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2011-1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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