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들 반값 등록금 논란 구경만 할 건가
수정 2011-06-08 00:30
입력 2011-06-08 00:00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등록금은 대학의 지나친 등록금 의존도가 그 원인이다. 2009년 사립대 200곳의 재정수입 가운데 등록금 비중은 52%에 달했다. 반면 기부금이나 교육 부대 수입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미국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의존도는 우리의 절반 수준인 26%다. 그러면서 500억원 이상의 적립금을 쟁여 놓은 대학은 46곳이나 된다. 심지어 2010 회계연도 사립대 결산서에 따르면 100개교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등록금을 빼돌려 81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챙겼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 연금 등도 적립금에서 꺼내 쓴 부도덕한 곳도 적잖다. 학교 경쟁력 강화와 학생 복지를 내세운 등록금 인상 명분이 거짓이었던 것이다. 개탄스럽다.
대학들은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추진과 별도로 등록금 인하를 적극 검토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등록금에서 남긴 8100억원을 풀면 1인당 평균 81만원을 깎을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지 않은가. 특히 적립금 등이 많은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가 등록금을 낮추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파급 효과를 위해서다. 곳간을 풀어 힘겨워하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시름을 덜어주는 것도 대학의 사회적 기여다. 그러지 않으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대학은 장사하는 곳이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큰 배움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1-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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