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사법불신 실 감케 한 ‘맷값 폭행’ 재판
수정 2011-04-08 01:16
입력 2011-04-08 00:00
최씨는 지난해 10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유모씨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마구 때린 뒤 ‘맷값’으로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사고방식과 함께 물신주의에 찌든 인간성을 드러내 사회적 충격을 던졌다. 법원은 죗값을 엄중하게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작량감경의 사유로 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이라는 대목에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법원은 사회적 지탄을 많이 받은 사안일수록 더 형을 감해 주겠다는 것인가. 과연 최소한의 정의 원칙에라도 부합하는 것인가.
최씨의 재판에서는 법 적용의 형평성과 객관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심공판에서 변론을 끝낸 뒤 1~2주 후에 선고 기일을 잡던 관행도 무시했다. 이같은 ‘봐주기 재판’엔 최씨가 선임한 유명 로펌 변호사 5명의 힘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우리는 계급이나 지위, 신분, 개인적 연고에 관계없이 법 정의가 살아 숨쉬어야 온전한 법치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번 재판이 많은 국민에게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전체의 깊은 자성과 성찰이 있기를 바란다.
2011-04-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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