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주고받기식 접근 안된다
수정 2010-02-05 00:34
입력 2010-02-05 00:00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과 한국의 BMD 참여,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은 하나하나 한반도 안보지형을 크게 바꿀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이를 미 행정부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것을 보면 이미 3~4년 뒤의 한반도 안보전략에 대해 나름의 구상을 끝내고, 한국 정부의 의사를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차출 가능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우려에 기대어 한국의 BMD 참여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미셸 플러노이 국방정책차관이 ‘동맹국들과의 적절한 고통분담’을 언급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 행정부의 뜻이 무엇이든 BMD 참여는 8조~10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뿐더러 북핵 폐기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와 상충할 소지가 크다. 당장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는 점에서 안보 실익을 거두기가 어렵다고 본다. 주한미군 해외차출 또한 주한미군의 성격을 동맹 차원의 ‘대북 억지력 확보’에서 ‘미군의 동북아 거점기지’로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한·미 양국 정부가 주한미군 해외 파병은 한국 정부의 동의 하에 검토할 장기과제로 삼기로 합의한 것과도 배치된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양국 정부가 한·미 합동전력의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한·미 동맹 60년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미 행정부는 한국 사회 일각의 안보 불안감을 이용하려 들기보다 해소하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2010-0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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