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이닉스, 기술 빼내기로 세계 2위 올랐나
수정 2010-02-04 00:44
입력 2010-02-04 00:00
더 놀라운 것은 기술유출 방식과 규모다. 경쟁사 장비납품 업체를 통해 기술을 빼내간 경우는 전례가 없다. 한두 명의 산업스파이가 아니라 고정 루트를 두고 정보를 빼간 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납품업체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계획이나 차세대반도체 개발계획은 물론 반도체 미세 제작공정 같은 첨단기술까지 95건을 빼냈고 이 중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겼다고 한다. 여기엔 지난해부터 하이닉스가 양산한 40나노급 낸드 플래시 공정기술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기술유출로 삼성전자가 직간접으로 입은 피해액은 수조원대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목표가 5조 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만 보면 하이닉스가 이 납품업체에 별도의 대가를 지불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어떻게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삼성의 핵심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하이닉스가 관련의혹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전기로 삼기 바란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속속 성장하면서 핵심기술 유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검찰이 기소한 첨단기술 유출 사례가 148건이라지만, 적발되지 않은 경우는 헤아리기조차 힘들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보다 중요한 것이 기술유출 방지임을 관계당국은 잊지 말기 바란다.
2010-02-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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