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정 대타협으로 위기극복 출구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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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1-08 01:06
입력 2009-01-08 00:00
1997년 말 들이닥친 외환위기 사태는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등 기존 가치관의 재편을 요구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일컬어지는 변혁과 정리해고 바람이 그것이다. 당시 우리 사회는 한때 실업자가 170만명을 넘어서는 등 체제 붕괴의 한계선상에까지 내몰렸다. 외환위기 종료가 선언되기까지 전체 금융기관의 28.8%에 해당하는 596곳이 퇴출되거나 합병되고 33개 은행이 20개로 정리됐다. 금융기관 종사자 수는 31만 7623명에서 21만 8726명으로 31.3% 줄었다. 민간기업에서도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상 유례없는 대량 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19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정리해고가 법제화된 결과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는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위기의 끝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말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낙관하지만 최소한 7분기 이상 위기상황이 지속되리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모 노사정위원장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타협을 제안하고 나섰다. 사회안전망 투자 확대와 더불어 노사의 양보로 지금의 일자리를 지켜 나가자는 제안이다. ‘승자 독식’이 아닌 고통 분담으로 불황의 파고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로서는 감산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내 몫이 줄어드는 판에 ‘파이’를 나누자는 제안이 달가울 리는 없다. 게다가 노동계의 한축인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동참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내 밥그릇만 고집하다가는 밥솥 자체가 깨어질 수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조차 일자리 나누기로 내 직장, 내 가정을 지키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공멸하지 않으려면 노사정대타협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각론에서의 차이점은 우선 살아남은 다음 따질 문제다.
2009-0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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