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존비속 재산등록 거부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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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9-18 00:00
입력 2008-09-18 00:00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가 겉돌고 있다. 어제 공개된 ‘공직자 재산등록 고지 거부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체 정부부처 재산등록 공직자 가운데 28.1%인 2만 9800여명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등록 대상 공무원 10명 중 거의 3명꼴로 재산 분산의 수단으로 부모와 자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혹을 가질 만한 소지가 생긴 형국이다.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직자들의 재임 기간에 직위를 악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재산 형성과정을 검증해 문제 인사를 걸러내고, 동시에 성실한 공직자의 윤리성을 드러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그 첫단추인 재산등록에서부터 허점이 생긴다면 그런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힘센 기관일수록 존비속 재산고지 거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의 국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절반 가까운 공무원이 존비속의 재산고지를 거부했고, 대검찰청과 국민권익위가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어느 국민이 “독립적으로 생계가 가능하다.”는 따위의 고지 거부 사유를 곧이 믿겠는가.

물론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가 사유재산과 사생활 침해 소지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왕 깨끗한 공직 풍토를 조성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는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라면 공직자끼리 형평에 맞게 제대로 운용돼야 한다.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들은 모두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란 얘기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을 누차 촉구했었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재산을 존비속 명의로 빼돌릴 속내가 아니라면 여기에 소극적일 이유는 없다.
2008-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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