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 네 탓 그만하고 투자 적극 나서야
수정 2008-09-04 00:00
입력 2008-09-04 00:00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점은 공감한다.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외환시장 불안, 규제 완화 지연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세계경영연구원이 지난달 설문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6개월간 성과가 실망스러운 요인으로 ‘시장·반시장주의가 혼재된 정체성 없는 정책 혼선’을 가장 많이 꼽았다. 친기업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이유는 설득력이 약하다. 기업들은 투자 재원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투자보다는 기업 사냥에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외형 키우기 경쟁으로 인한 자금난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투자 자산 증가액 중 인수·합병(M&A)이 60.2%나 됐다.33.6%는 해외 직접 투자가 차지했다.M&A나 해외 투자를 제외한 신규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고 본다. 금융 자산이나 기업결합 등 위험이 낮은 투자를 선호하는 소극적 경영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땐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기업가 정신에 큰 기대를 건다.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경제 활력을 찾을 때 기업인들이 진정 존경받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2008-09-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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