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 안한다는 비난 앞서 여건부터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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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8-27 00:00
입력 2008-08-27 00:00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대기업들이 돈을 몇십조원씩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주목된다.8·15 특사를 기업 투자 확대와 연계하려는 발상으로 보인다. 반면 전경련은 최근 보도 자료까지 내고 대기업이 투자에 무관심하다고 비난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상반기 600대 기업의 시설 투자는 16.8% 늘었다고 해명한다.

기업 투자가 부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건설투자는 0.9% 줄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중소기업을 비롯한 모든 부문의 투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대기업들은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대기업이라고 온전할 수 있겠는가.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기업들의 총자산에서 실물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6.2%에서 지난해에는 47%로 낮아졌다. 금융 자산이 실물 자산을 웃돈다. 위험이 낮은 인수·합병(M&A) 재원 확보 등을 위해 금융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돼선 안 된다. 이익이 실물 투자로 이어지도록 경영 환경의 예측 능력을 높여야 한다. 해외투자에서 얻는 이익으로 국내 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투자 증대 방안도 찾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국내외 기업이 우리나라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길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은 원 구성을 마무리함에 따라 정기 국회에서 기업투자 활성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마찬가지다. 선명성 경쟁 등의 명분 싸움으로 법안 통과가 또다시 지연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2008-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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