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상 반영 못한 국보법 합헌 결정
수정 2004-08-28 02:46
입력 2004-08-28 00:00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그러나 이번 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견지에서 내려진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은 외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재판부가 결정문에서 ‘국가보안법 7조는 형법 규정과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 의의가 있다.’고 이 조항의 존치를 주장한 것은 단지 법률적인 판단만 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헌재의 이런 시각은 변화한 남북관계나 국보법 개폐에 대한 국민 여론과 배치된다.‘국가의 존립·안전이나‘라는 요건으로 추상성이 제거됐다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남아있다.적용 과정에서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7조가 아니더라도 불고지죄 등 존폐의 논란이 있는 다른 조항도 여럿 있다.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현행 법률의 합헌 여부와 법률의 개폐는 별개의 문제다.합헌 여부와 악법 여부는 떼어놓고 판단해야 한다.따라서 입법부는 이번 결정과는 무관하게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국보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은 입법의 문제이고 그것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런 면에서 헌재가 ‘결정을 입법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
2004-08-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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