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검은 돈 어물쩍 수사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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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4-21 00:00
입력 2004-04-21 00:00
총선을 이유로 한때 접어두었던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검은 돈’ 수사가 재개되고 있다.재벌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2일엔 (주)부영 사건과 관련,서영훈 전 민주당 대표를 비공개로 소환키로 했다.검찰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에 대한 조사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정치권의 검은 돈에 대한 수사는 어떤 명목이든 묵인하지 않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의지가 총선 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검은 돈이라면 불문곡직 규명하겠다던 단호함이 실종된 듯하다.실마리를 드러낸 대목만 가닥을 추리는 ‘정리 수사’임을 구태여 감추지도 않는다.법과 원칙을 들먹일 것도 없이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어긋난다.더구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5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주)부영 사건이 새롭게 불거졌다.정치권에 수백억원의 검은 돈을 제공했던 재벌들이 또 새롭게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검찰 수사 고삐는 당겨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처음 수사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검은 돈은 모두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정치권과 거액을 주고 받는 대가로 특혜를 누리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병폐를 뿌리뽑아야 마땅하다.우리는 이번 ‘4·15 총선’에서 돈 없는 선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검찰은 새로운 정치문화의 태동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정치권 주변의 검은 돈이라면 차제에 깨끗이 청산해 다시는 부패의 곰팡이가 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검찰은 정치권의 검은 돈을 어물쩍 수사해선 결코 안 된다.˝
2004-04-21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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