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얼음과 불/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수정 2018-09-10 22:51
입력 2018-09-10 22:44
21세기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우주에 있는 대부분, 아마도 모든 은하 중심에 초대형 블랙홀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는 사실이다. 태양계로부터 약 3만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방향의 우리 은하 중심에도 초대형 블랙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런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기는 한편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방출하기도 한다. 물질과 에너지 방출이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경우 방출 속도는 빛보다 더 빠른 것처럼 보이게 되며 엄청나게 밝고 강력해진다. 다행히 우리를 향하고 있는 블레이저들은 모두 상당히 멀리 있어서 우리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고에너지 뉴트리노 방출의 배후가 불덩어리인 ‘블레이저’라는 것을 얼음덩어리인 ‘아이스큐브’로 관측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천체와 관측 장비의 이름을 정하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내공 있는 연구자 중에 재미있는 이름을 붙일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그런 여유가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주에는 수많은 블레이저가 있다. ‘TXS0506+056’은 그중 특별히 강력하거나 특별히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천체는 아니다. 인류가 발견한 이 최초의 은하계 너머 고에너지 뉴트리노 방출원의 생성 이유를 한국 연구자를 포함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2018-09-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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