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5984자’의 모두 발언에 담긴 함의/임일영 정치부 차장

임일영 기자
수정 2018-06-21 17:39
입력 2018-06-21 17:38
이번 선거에서 8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에서 못 벗어난 보수정당의 궤멸, 두 가지 반사이익을 부인할 민주당 당선자는 없을 것이다. 특히 1990년 3당 합당 이후 ‘묻지마식’ 보수 정당 지지가 뚜렷했던 민주당 ‘험지’에선 더 그러하다. 지역주의 벽에 맞선 끝에 8전 9기로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 같은 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척박한 ‘밭’에서 공천 구인난을 겪었고 일부 기초단체장·의원의 경우 함량 미달 인사가 당선된 것도 현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부산·울산·경남은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양질의 후보군이 부족했다. 함량 미달도 있고, 본인도 막판에 뒤집힐 줄 알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를 경험한 이들은 기시감마저 느낀다”면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이 강화될 수 있는 요인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지역주의 및 색깔론의 종언으로 규정하면서도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국민은 또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줬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 낸 ‘한반도 운전자론’ 등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성과는 기대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고용·소득·분배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데다 현 정부의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아직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반기 이후에도 가시적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민심은 또 모른다.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유능함을 보여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무관치 않다. 21대 총선까지는 채 700일도 남지 않았다.
argus@seoul.co.kr
2018-06-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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