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사르코지 지지율 반등한 이유/이종수 파리 특파원
수정 2008-06-21 00:00
입력 2008-06-21 00:00
일간 르 피가로와 주간 르 푸앵 등은 최근 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세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들이 꼽는 ‘사르코지 부활’의 요인은 여러가지다. 새 부인으로 맞은 모델출신 가수 카를라 브뤼니의 역할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4월24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언론인들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사과를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사르코지 지지율이 반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그가 지지율이 추락하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한 점을 들고 있다. 일간 르 피가로는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일부 실수에 대해 사과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의 순간에도 “개혁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 르 푸앵은 “사회적 불만은 증가하지만 대통령의 (개혁을 향한)활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금, 이 순간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개혁 의지는 여러 장면에서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다. 가까이는 16일 국방백서를 통해 ‘병력 감축과 정보화·첨단화’로 요약할 수 있는 국방 개혁을 들 수 있다.18일에는 ‘인터넷 해킹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지난 1년 동안 그의 ‘개혁 달력’을 빼곡히 채운 이슈만 160여가지에 이른다.
그 중에는 전임 대통령들이 지지율 하락을 의식해 건드리지 않은 ‘뜨거운 감자’들도 적지 않다. 공공기업 연금개혁, 대학 자율화,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 감원, 주 35시간 근로제 사실상 폐지 등이다. 이들 법안은 당연히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다. 노동계는 지난 17일 전국 규모의 파업을 벌였다. 고교생과 교원들은 4월부터 두 달 동안 가두 시위에 나섰다. 일부 법안에 대한 파업은 아직 진행 중이고 언제 다시 터져나올지 모를 만큼 민감하다.
지지율 반등의 더 중요한 ‘비결’은 소통의 방식에 있어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기에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파업 주도 그룹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들여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이견을 좁히려고 애썼다.
이런 소통의 장면은 사르코지 개혁의 전도사들인 장관들에게도 이어졌다. 그자비에 베르트랑 노동장관은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만나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그자비에 다르코 교육장관은 고교생 대표들과 4차례나 만나 교원 감축의 불가피함을 설득했다.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장관은 지난해 대학자율화 법안에 반대하는 대학생단체 대표들을 장관실로 불러 대화하기도 했다. 이런 ‘진정한 소통’이 반복되면서 노(勞)·정(政)의 극한 대립도 줄어들고 저항의 강도도 상대적으로 누그러졌다.
사르코지의 ‘지옥 탈출기’를 늘어 놓은 것은 한국의 ‘답답한’ 상황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취임 이후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 이어 20일 청와대 수석의 대대적 교체로 쇄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사과에 걸맞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신이 기치로 내건 개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8-06-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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