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신문의 이미지화 지나치면 毒/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수정 2008-07-15 00:00
입력 2008-07-15 00:00
대부분 신문들이 그렇지만 서울신문의 사진이나 이미지의 남용은 심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모든 꼭지의 기사에 사진이나 삽화, 도표를 곁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요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10일자 1면의 이미지컷은 무려 8개나 된다. 머리기사의 제목까지 이미지화했다. 하단의 ‘경부고속도로 버스차로제’ 관련 기사는 도표위에도 그림을 그려 넣었다.9일자 28면은 기사 한꼭지에 사진이 5개다. 사진만으로 기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뉴스가 말하고자 하는 정보는 별로 없다. 그나마도 토종 미호종개를 보여주는 데 적합한 사진들도 아니다.
간단하게 몇 가지로 문제를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기사와 중복되는 이미지다.7일자 1면 머리기사인 ‘공공승용차 15일부터 홀짝제’는 삽화를 실었다. 그러나 삽화중간에 요약한 내용들은 모두 기사 안에 있는 내용들이다. 경제 관련 기사들이 이런 경우가 가장 많다. 둘째 인물사진, 얼굴그림에 대한 강박증이다.7일자 4,5면의 박근혜·손학규 등 정치인들의 얼굴그림을 기사에 덧붙여 놓았다. 이게 기사가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기다 굳이 얼굴그림까지 넣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는가.
세 번째는 홍보성 이미지들이다. 동정란은 오래된 개인홍보의 통로이지만 얼굴사진까지 넣는 것은 개선되지 않는 악습이다.8일자 25면의 ‘피아니스트 윤철희 활약상 소개’ 제하의 기사에 삽입된 사진은 무신경이 낳은 홍보성 사진이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높은 의자에 앉아 팔짱끼고 있는 사진이 웬말인가.
네 번째는 의미없는 이미지다.8일자 미디어면 머리기사인 ‘방통위 민영미디어렙 주도’의 제목 옆에 있는 정장차림으로 허리숙여 달릴 준비하는 남자의 삽화는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다. 다섯 번째는 엉뚱한 사진이다.8일자 같은 면 하단 ‘신문유통원’관련 기사에 강기석 원장 얼굴사진은 엉뚱하다. 당연히 유통원의 공동배달 장면이 들어갔어야 한다.
투자귀재 워런 버핏이 신문주식을 내다팔라고 조언한 것이 2년 전인 2006년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신문이 이미 포화산업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인터넷과의 융합이 살길이라고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양상대로 간다면 이마저도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채 종이신문의 뉴스를 그대로 퍼나르는 이해가 안되는 전략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남은 길은 신문의 핵심역량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에 철저한 뉴스정보의 질을 고집해야 한다. 사진을 함부로 넣지 말고 그 자리에 기사 한 줄 더 쓰도록 해야 한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2008-07-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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