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줄기세포로 뭘 할까?/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수정 2014-02-22 02:02
입력 2014-02-22 00:00
각국 줄기세포 연구의 명암이 갈리면서 우리의 연구 방향과 환경에 대한 재점검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줄기세포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많은 국가적 투자를 했다. 그 결과가 우리는 논문조작으로 판명된 배아줄기세포로 나타났고 일본은 노벨상을 받은 iPS cell과 30세 여과학자의 STAP cell로 나타났다.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과학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자. 건강한 생태계는 다양성에 기반한다. 우리나라는 스타 과학자에게 몰아주기식 투자를 시행했다. 산업화 단계에서 대기업에 몰아주기식 투자와 혜택을 줘 경제성장을 이뤄왔던 것을 기초과학계에도 답습한 것이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국내에서도 수많은 학자들이 매진하고 있고 각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만 과도한 혜택을 받는다면 다른 아이디어들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30세 여과학자도 자신의 아이디어로 연구에 개진할 수 있다. 한국에서 그 또래 과학자들은 지도교수 밑에서 단순 실험업무만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단상과도 겹친다. 소치 올림픽에서 컬링과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이들 종목은 강세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수촌에서 밥도 먹을 수 없는 반면에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는 매달 경쟁 끝에 파벌을 형성하는 악질적 행태 끝에 자국 선수를 반강제적으로 타국으로 보내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스포츠를 생각하지 않고 메달만을 생각하며, 과학을 생각하지 않고 성과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구자들의 상황도 생각해볼 점들이 있다. 박사들은 많지만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과학자가 부족하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지도교수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서 연구하기 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떠먹여 주는 방식의 학습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발로 서야 하는 박사과정까지도 교수에게서 아이디어를 점지받는 셈이다.
스포츠에서만 역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성공에서 배울 점을 배우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학은 기술이기 전에 과학 그 자체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마음으로 건강한 한국 과학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써야 할 때다.
2014-0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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