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집사광익(集思廣益)/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3-04-06 00:00
입력 2013-04-06 00:00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용인술(用人術)이 명멸했지만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역시 ‘소통’을 앞세운 인사 성공 사례이다. 조선의 세종은 사람을 쓸 때 마음이 착한지를 먼저 보았다고 한다. 재(才)보다는 덕(德)을 소중히 여긴 셈이다. 심성이 어진 이는 처음에는 실수를 하다가도 어느새 능숙해지지만, 재능만 뛰어난 이는 결국 자신의 사사로운 일에 열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꼭 그런 연유에서만은 아니겠지만 황희 정승 같은 인재가 세종 때 유독 많았던 것도 세종의 소통 용인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인재를 등용할 때 품성의 좋고 나쁨을 우선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 절차 문제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정적 프레더릭 더글러스를 순회특사로 임명했다. 그런 ‘끌어안기식’ 용인술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인들이 그가 쓰려는 정적들을 비난하자 링컨은 “누구든지 나를 공격하기를 그만둔다면, 그 사람의 과거사는 잊기로 했다”라는 말로 응수했다.
관료제도가 일찍부터 뿌리 내린 동양에서는 인사권이 절대 권력화되는 한편 그에 종속된 사람은 시녀화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이 하급관리들에게 내린 글 가운데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구절이 있다. 생각이 모이면 유익함이 커진다는 뜻이다. 천하의 지략가 제갈량도 인재를 구하기 위해 뭇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유익한 점을 취했던 모양이다. 유 장관의 ‘봉투 인사’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조직을 책임진 고위 관료일수록 열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위대한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하는 것이다.
불통인사라는 말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시기이기에 유 장관의 파격적인 ‘인사실험’이 한층 주목된다. 물론 능력과 인기 사이의 간극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집사광익이 과연 새로운 인사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수 있을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4-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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