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퐁당퐁당’에서 얻는 교훈/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수정 2012-11-15 00:10
입력 2012-11-15 00:00
물론 영화의 편성은 영화관의 권한이고, 영화관은 당연히 화제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영화를 선택하고 편성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에서 말하자면 ‘갑’에 해당하는 투자사, 배급사, 영화관의 권한행사는 산업적 측면 그리고 자본의 생리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종종 횡포로 비춰졌다. 특히 영화를 만들고도 배급과 상영에서 불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는 소규모 제작사나 감독들은 자주 울분을 토해내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은 수상 축하를 위해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메이저 영화의 영화관 독점과 교차상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피에타’가 50만 관객 수를 돌파했을 때인 개봉 4주차를 기하여 모든 영화관에서 상영을 종료하겠다며, 이로써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작은 영화들에 그 기회가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발언도 하였다.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그 자신이 영화를 만들어 상영할 때마다 독점상영의 폐해를 직접 겪었던 것이기에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피에타’는 이번 영평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연기상 등 3개 부문과 피프레시 코리아(국제비평가연맹 한국지부)상을 수상했고, 수상소감에서 김기덕 감독은 재차 영화관 독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백성의 억울함을 말하는 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 독점을 통해서 영화인들을 억울하게 한 것은 많이 아쉽다”는 것.
올해 한국영화는 ‘도둑들’(최동원)과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고, ‘건축학개론’(이용주),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연가시’(박정우) 등 8편이 400만 이상의 관객 스코어를 찍었으며, 시장점유율도 50%를 상회했다. 올 9월까지 박스오피스 10에 한국영화가 7편이나 들어가 있다는 통계를 보면, 올 한국영화가 수치적으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풍성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말하고, 풍요 속의 빈곤을 되뇐다. 멀티플렉스를 차지하는 소수의 영화들과 제대로 관객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더 많은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산업에는 규모 있고 자본력 있는 메이저들의 역할이 당연히 필요하다. 성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마이너들도 그들이 감당하고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들로부터 다양성을 담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축이 굳건해야 산업이 성장하고 시장이 건강해진다. 그것이 동반성장이고, ‘퐁당퐁당’에서 취해야 할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2012-1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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