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취업 빙하기/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2-11-07 00:44
입력 2012-11-07 00:00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혹독한 취업 한파도 불어닥쳤다. 1992년 어느 취업잡지는 이런 분위기를 ‘취업 빙하기’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는데 크게 공감을 샀다. 채용시장의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일본사회는 생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히키코모리’(집에만 있는 외톨이), 2004년에는 ‘니트족’(공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듬해에는 ‘하류사회’라는 말이 나돌 만큼 미래의 꿈을 접은 청년 사회계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치세력화하면서 하시모토에 올라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사회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한가하게 이웃나라 얘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 일자리 부족으로 벌써 몇년째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젊은 층은 ‘대학 5학년’ ‘잉여인간’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졸업을 늦춘 대학생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학에 남음으로써 발생하는 ‘포기 소득’ 등을 합친 간접 교육비만 5조 5000억원에 이른다니 고급인력의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닌 셈이다.
LG·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취업자 수가 28만~30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은 2010년 32만명, 2011년 42만명이 증가했고 올해엔 43만명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후반~3% 초반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으로 취업 사정은 더 나빠질 것 같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2-11-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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