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고 싶을 땐/백무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2-09-15 00:00
입력 2012-09-15 00:00
이미지 확대
울고 싶을 땐/백무산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겨울 방천 억새밭에 겨울비 내리는데 돌을 쌓아 두른 지붕도 없는 거지 집에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학교 그만두고 대구 방직공장에 간 내 동무 눈 큰 가시내 부은 발등 까만 팔뚝으로 종일 매던 강가 버덩 콩밭에 마른 쑥부쟁이만 하얀 눈을 맞고 있었다 물 위에 부는 바람 전깃줄에 감전된 듯 오한 깊이 들린 속살 시도 때도 없이 떨었다 막차 떠난 대합실 졸며 기다리다 홀로 돌아오는 길 겨울 강 물소리 듣다 마른 풀밭에서 잠이 들었다 붉은 해가 현기증에 잠겼다가 구역질로 토해놓은 허연 낮달이 되어 흘러갔다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2012-09-15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