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동북아 다자 에너지기구 만들 때다/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수정 2011-10-24 00:00
입력 2011-10-24 00:00
중·러의 에너지 협력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전력공급 등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진행돼 왔다. 두 나라 에너지 협력은 경제문제이면서 정치문제로, 전략적협력 동반자관계의 발전에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중·러의 상호 신뢰가 국경분쟁 해결 등으로 두터워지면서 에너지 협력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 왔다. 그러나 국익의 차, 러시아 국내정치적인 고려 등으로 진행과정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순탄치 못했다.
푸틴이 대통령이던 2006년 베이징 방문에서 체결한 3가지 주요 에너지협력 협약에 따르면 두 나라는 8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에 판매키로 합의했다. 2011년부터 중국에 석유를 공급하고, 러시아 동부와 서부에 동시 수송을 위한 가스관을 건설하고 2014~2015년 가스공급도 시작기로 했다.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 사할린 등과 동부 가스관을 연결해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보내고, 서시베리아 및 야쿠트 유전지대의 가스는 2015년까지 알타이산맥을 관통해 건설되는 가스관을 통해 2018년부터 중국에 천연가스 380억㎥를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중·러 에너지협력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이익을 지나치게 최대화하려는 욕심과 무관치 않다. 중·러 에너지협력과 관련, 러시아는 경제·정치적 이익 확대를 위해 합의를 무시했고, 공급자로서의 일방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국제원유가와 가스가격이 뛰어오르자, 러시아는 대중국 유류 수출 확대 및 가스 공급을 위해 설치하겠다던 파이프라인 건설을 늦췄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책임자는 최근 “현안은 3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에 판매하는 문제”라며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고, 동부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를 국제시장에 내다 팔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 가스관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천연가스를 한국과 일본으로 보내겠다는 시도도 중국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아울러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제적으로 에너지확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에너지 경쟁에 뒤늦게 참여한 후발참여자다. 국제에너지 독점세력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나 할까. 한국과 일본도 에너지 주요 수입국이란 점에서 중국과 입장이 같다.
한국, 중국, 일본과 공급자 러시아가 참여하는 가칭,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 같은 다자 기구를 만들어 한·중·일 삼국 기술과 자본을 러시아에 투자하고, 다자적인 틀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을 추진해야 할 때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대규모 개발이란 측면에서나, 동북아 상호의존의 확대를 통한 협력 강화란 측면에서나 모두 시급한 일이다.
2011-10-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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