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신(新) 어글리 코리안
구본영 기자
수정 2011-10-21 16:55
입력 2011-10-21 00:00
그 무렵 이미 동남아 사람들쯤은 아래로 내려다보는 한국인의 우쭐해진 심사를 엿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일본이 세계경제를 선도했던 1980년대 전후 ‘어글리 재팬’이란 오명을 얻었던 것과 별반 다름없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추한 일본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기생관광’과 ‘현지처’로 물의를 빚은 것 이상으로 숱한 ‘추한 한국인들’도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을까.
한동안 뜸했던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이란 오명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상륙한 한류 열풍으로 우쭐해진 탓일까. 우리나라가 살 만하게 되면서 나타났던 ‘졸부형 추한 한국인’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최근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이 주최한 국제미인대회의 성추행 스캔들이나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의 난투극이 대표적 사례다. 엊그제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린 한국 의료관광설명회의 해프닝도 혀를 차게 한다. 국격을 높이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우리 측 외교관이 만취해 현지인들 앞에서 추태를 부렸다니 말이다. AFC
국제사회에서 절제 없는 우월감의 표출은 반드시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에서 보듯이 혐한 기류라는 반작용을 피하려면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강요하지 말고 겸손한 매너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가랑비는 옷을 젖게 하지만, 요란한 소낙비는 우산을 받쳐들게 할 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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