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조지 소로스/주병철 논설위원
수정 2011-07-28 00:00
입력 2011-07-28 00:00
핫머니를 이용해 한 국가의 통화를 쥐락펴락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돈줄이 헤지펀드다.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은 물론 원유와 금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배당하도록 돼 있지만 취약한 통화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게 특기다. 헤지펀드가 무섭다는 이유다.
헤지펀드의 역사는 1940년대 월스트리트의 투자자 앨프리드 존스가 레버리지(차입)와 공매도(空賣渡)를 이용해 위험을 막는 데서 시작됐다. 이후 헤지펀드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헤지펀드의 전설이자 대부다. 1969년 퀀텀펀드를, 73년 소로스펀드를 설립했다. 퀀텀펀드는 3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30%를 넘었다.
소로스의 투기꾼 기질은 헤지펀드와 궁합이 잘 맞았다. 1992년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를 집중 투매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을 굴복시키고 15억 달러가량의 환차익을 챙겼다. 97년에는 태국의 밧화가 평가절하될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1개월 만에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에 베팅해 아시아 통화 하락을 부추겼다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98년 8월에는 러시아 금융시장의 붕괴가 최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그의 기고문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리자 모스크바는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 장세로 돌아서면서 세상이 그의 ‘입’을 주목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다음 달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한다. ‘펀드 중의 펀드’라는 헤지펀드에 대한 금융 당국의 끊임없는 규제 강화에 의욕을 잃었다는 전언이다. 파생 상품을 이용한 헤지펀드 운용을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한 월스트리트의 또 다른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소로스의 퇴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소로스가 없는 헤지펀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제2의 소로스가 혜성처럼 나타날까, 걸음마 단계인 한국형 헤지펀드는 제대로 잘 굴러갈까 등이 벌써 궁금해진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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