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부유세/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0-08-24 00:18
입력 2010-08-24 00:00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담대한 진보’의 핵심 정책으로 부유세(富裕稅) 신설을 주장해 논란이다. 소득 최상위 0.1% 계층에게 부유세를 걷어 연간 10조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 고문은 “역동적인 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학자들과 치열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단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난리가 났다. 부유세가 소득 재분배에 효과가 있지만, 부자들의 반발이 크고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 고문 개인의 의견일 뿐이고 당론과는 무관하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국민은 요즘 가뜩이나 통일세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그런데 부유세까지 거론돼 이래저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국내의 근로소득자만 따지면 1400만명. 이 가운데 609만명(43%)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연간소득 1억원 이상은 20만명(1.4%)쯤 된다. 소득순위 0.1%가 되려면 1만 4000등 안에 들어야 한다. 정 고문의 말대로 이들에게 10조원을 거두려면 1인당 평균 7억원의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부자들의 씨가 마를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고소득자는 누진세율에 따라 엄청난 세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다 몇 억원씩 더 걷는다면? 샌드백 몇 만개 닳아 없어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부유세를 도입한 나라들 중에 자본 이탈이 줄을 잇는 이유를 정 고문은 몰랐을까.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리 합리적으로 물려도 저항이 만만찮은 게 세금이다. 세상에 ‘착한 세금’이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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