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만델라 데이/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0-07-17 00:10
입력 2010-07-17 00:00
하지만 인생은 역시 길게 봐야 하는 법. 만델라가 체포된 날은 먼 훗날 세계 평화주의자이자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밑거름이 된 첫날이었다. 1942년 ANC에 몸담아 평생을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그의 공로는 이미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1912년 남아공 흑인들이 창설한 ANC가 비인종·비폭력 저항운동을 표방했다는 점은 만델라의 투쟁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정당성도 부여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1893년부터 20년간 남아공에서 노예로 이주한 7만여명의 인도인을 위해 무저항 권리투쟁을 펼친 게 ANC에 큰 영향을 미친 점도 흥미롭다. 결국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으로 이어진 500여년간의 뿌리깊은 아파르트헤이트가 간디와 넬슨이라는 세계적 두 평화주의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나 할까.
만델라는 내일 92세 생일을 맞는다. 남아공은 지난해 그의 생일(7월18일)을 ‘만델라 데이’로 지정했다. 만델라의 박애주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유엔에도 기념일 지정을 요청했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이를 받아들여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을 제정했다. 그의 생애 중 ANC 입당 후 지금까지 인권운동과 인류평화에 헌신한 67년을 상징하기 위해 ‘67분 봉사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힐튼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가 서울 옥수동 몬테소리 어린이집을 찾아 67분간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이다. 흑인에 대한 유혈과 억압의 진실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화해로 마무리지은 만델라의 ‘사람 사랑’이 세계 모든 나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7-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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