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진보와 보수의 모호한 경계선/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수정 2010-05-18 00:00
입력 2010-05-18 00:00
이 이론에 따르면 투표자의 선호도가 다양할 때 가급적 중간적인 공약을 제시하여야만 보다 많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가령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가 있고 유권자들의 성향이 양극단의 진보와 보수 성향부터 중간영역의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는 어차피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는 보장되어 있으므로 보다 중립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가급적 중도적인 공약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도 최대한 중도적인 공약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후보들의 공약이 서로 중위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치적 견해로 수렴된다는 이론이다.
선거철이 되자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모두 최대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 간에 제시하는 공약이 비슷해지기도 하여 서로 상대편 후보가 자기의 공약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일도 생긴다. 결과적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핵심정책은 서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정당을 선택하고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
오늘날에는 어떤 정책을 제시하느냐보다 그러한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 많은 국가들이 기본적인 경제정책의 정답을 알고 있으나 나라에 따라 이를 실천할 능력과 의지가 달라 운명이 갈린다고 했다. 남부유럽 일부국가의 재정위기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해결할 당면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당면과제가 재정적자의 축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 저출산 대책, 혁신적 기술개발 역량 제고 등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데는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중도실용을 선택한 것도 이념적 차이보다도 정책의 실행의지와 능력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2010-05-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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