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사오입/곽태헌 논설위원
수정 2010-05-04 00:16
입력 2010-05-04 00:00
1948년 건국헌법이 제정된 이후 그동안 무려 9차례나 개헌이 이뤄졌다. 주요 특징은 대통령의 집권연장을 위한 중임금지조항의 수정이나 삭제, 대통령의 선거방식 변경, 변칙적인 개헌추진방식, 집권자나 여당의 개헌추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9차개헌(1988년 헌법)이 평화적인 방법과 민주적 절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헌정사상 특이할 정도다.
부끄러운 개헌 역사에서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만과 자유당은 초대 대통령(이승만)의 경우 중임제한(3선 금지) 철폐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준비했다. 하지만 1954년 11월27일 국회에서 재적의원 203명 중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로 부결됐다. 당시 개헌 가능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이었으므로 136명이었다. 자유당은 이틀 뒤 수학상의 사사오입을 주장하면서 의결정족수는 135명이면 충분하다는 억지를 부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제2의 이상한 사사오입이 나올 뻔했다. 지난달 20~29일 진행된 총학생회장 재선거에 유권자 1만 6640명의 49.6%인 8254명만 참여했다. 투표율이 50%를 밑돌아 선거는 자동 무산됐다. 세번째 무산이다. 선거 무산이 안타까웠던지 일부 선거캠프에서는 선거개시일 전날을 기준으로 작성된 선거인 명부 대신 마감일 다음 날을 기준으로 명부를 작성하면 투표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상한 주장을 폈다. 총학생회장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지방선거든 선거 전에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를 확정하는 게 상식이다. 기성세대의 꼼수나 변칙을 배우려고 할 게 아니라 총학생회장 선거가 왜 학생들에게서 외면받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0-0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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