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신 지능형 안티/강주리 정치부 기자
수정 2010-02-20 00:36
입력 2010-02-20 00:00
공직사회, 정치권 등 오프라인에서도 지능형 안티는 종종 회자된다.
지난달 정운찬 국무총리가 고(故) 이용삼 민주당 국회의원의 장례식장에서 한 세 번의 말 실수를 두고 세간에선 그의 보좌진을 가리켜 ‘지능형 안티’라고 불렀다. 일부러 정 총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세 번이나 실수할 때까지 아무런 조언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스개 섞인 비판이다. 상관 곁에 침묵이 아닌, ‘살신성인’ 정신을 보이는 용감하고 순발력 좋은 부하는 없었느냐는 탄식(?)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정감사 기간 공무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수백쪽 분량의 자료를 한꺼번에 건네줘 일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도 대표적인 ‘지능형 안티’의 예다.
지능적 안티는 드러내놓고 비난하는 ‘노골적 안티’보다 더 무섭다. 내부에 적을 잠재한 탓이다.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마저 감수하는 안티 정신에는 소름이 돋는다. 정치권에서 지능적 안티의 활약은 내부 분열, 권력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능적 안티를 연상케 하는 ‘신(新) 안티 유발요인’들은 뜻하지 않게 특정인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사전 조율로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 진심을 말하는 사회, 있는 그대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jurik@seoul.co.kr
2010-02-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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