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유물 전쟁/함혜리 논설위원
수정 2009-10-22 12:00
입력 2009-10-22 12:00
유럽 국가들은 18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고대문명 발상지의 유물들을 경쟁적으로 탈취하는 것으로 패권을 다투고 제국의 위력을 과시했다. 전리품들을 본국으로 가져가 박물관을 채우고는 고대의 유물들을 파괴하지 않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과거를 박탈 당했던 국가들이 주권을 회복하고 독자적인 정체성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0년째 지속되고 있는 그리스 정부의 ‘엘긴 마블’ 반환운동에서 힘을 얻은 약탈문화재 환수운동은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엘긴 마블은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상들로 19세기 터키 주재 외교관이던 엘긴 경이 영국으로 반출해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집트에 이어 중국도 빼앗긴 유물 환수전쟁에 합류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약탈된 문화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류의 유산을 상징하는 고대유물들의 소유권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외규장각 도서 등 7만 6000여점의 해외유출 문화재를 가진 우리나라도 좀더 적극적으로 환수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10-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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