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심장 정지환자 생존율 높이려면/유순규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9-10-16 12:32
입력 2009-10-16 12:00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의 ‘2008년 심뇌혈관질환 조사감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심장 정지환자는 인구 10만명당 40~42명 정도가 발생하여 생존율은 2.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8.4%, 일본의 10.2%에 비해 4분의1, 5분의1 수준에 그친 것이어서 의료계의 한 사람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 확대
유순규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유순규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목격자나 구급대원에 의한 응급조치에 있어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존율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심장 정지환자의 58%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령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할 경우 소생의 고리 첫 단계를 잇는 사람은 다름아닌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인들이다. 이들이 환자를 발견한 뒤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자동 제세동을 실시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자동 제세동기 보급률은 6000대에 불과하다. 이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관련 기관에서 15만대가량의 자동제세동기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는 것에 비하면 필요량의 4%만이 보급된 것이다.

119 구급대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도 미비하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1급 응급구조사 업무를 의사지시에 의한 수액투여, 기관내 삽관 등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 사실상 응급구조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있어 간혹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앞에 두고도 충분한 응급처치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장 정지환자 발생 이후 첫 목격자의 활동과 현재 대국민 무료서비스로 행해지고 있는 구급대 활동 그리고 병원단계로 이어지는 응급의료체계의 질적인 확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최초 목격자에 대한 교육 홍보 및 환경조성, 그리고 정책적인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유순규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2009-10-1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