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박작산성/김종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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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29 12:00
입력 2009-09-29 12:00
중국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인 하·상·주시대를 역사에 편입한 하상주단대공정(1996년)을 필두로 전설시대인 3황5제와 요순시대를 이집트시대와 견줘 5000년 전 역사시대로 규정한 중국고대문명탐원공정을 벌였다. 이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킨 동북공정을 진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 문명의 기원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밝혀지고 있는 요하지역으로 옮기려는 요하문명론까지 펼치고 있다. 중국 문명의 시원을 황하 유역의 앙소(仰韶)문화나 장강 하류의 하모도(河姆渡)문화보다 무려 2000년 이상 앞서는 역사적 시공간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 거대한 역사공정의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는 모든 민족은 모두 중화민족이고 그들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을 바탕에 깐 대(大)중화주의는 끝간 데를 모른다. 국가전략 차원의 집요한 역사만들기 작업이 두려움마저 안겨준다.

중국은 지난달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일대를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관광지 개발사상 최대인 3조 7000억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역사(役事)다. 백두산을 터전으로 한 한민족의 역사를 만주족의 역사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은 이미 장백산문화는 숙신·여진으로 이어진 만주족의 문화로 한민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중국의 지방문화에 불과하다는 ‘장백산문화론’을 제기한 터다.



지금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동단(東端) 늘리기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중국은 최근 명나라 때의 만리장성 동쪽 끝 기점을 기존의 허베이성 산하이관(山海關)보다 훨씬 동쪽으로 떨어진 압록강 하류 랴오닝성 후산(虎山)산성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만리장성의 길이는 기존의 6300㎞에서 8851.8㎞로 2500㎞가량 늘어나게 된다. 후산 일대는 고구려의 요동 방어기지인 박작산성이 있었던 곳. 우리 고대사의 자취가 어려 있는 장소임을 감안하면 또 다른 ‘동북공정 굳히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중국이 과연 대국을 넘어 진정한 ‘초급국가(超級國家·슈퍼파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라도 중국은 좀더 열린 역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09-0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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