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어느 쪽이 더 절박한가/김학준 사회2부 차장
수정 2009-07-23 00:58
입력 2009-07-23 00:00
그럼에도 양쪽 모두 타당해 보이는 논리로 무장했다. 중소 상인들은 원초적 생존문제를 제기하고, 대형 유통업체는 거역하기 힘든 시대 담론인 자본주의와 소비자 편익을 들이댄다. 이쪽 얘기를 들어 보면 이쪽이 옳은 것 같고, 저쪽 얘기를 들어 보면 저쪽 얘기가 맞는 것 같다. 때문에 정책 담당자들이 문제 해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갈등이 비등점에 다다른 현 상황은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다. 이 문제는 이해당사자 규모와 절박성 측면에서 바라봐야만 비로소 한쪽의 손을 들 용기가 생긴다.
대기업의 동네상권 잠식이 심각해진 지난 4년간 중소 유통업 매출은 9조 3000억원 감소했으며 가게 수도 6만여개나 줄었다. 대기업은 굳이 중소 유통이 아니더라도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동네상권은 가게 문을 닫으면 전업이 쉽지 않다. 한 가정의 침몰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다른 중소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도미노현상을 방치한 채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소비자 입장도 고려돼야 한다는 반론이 있지만, 중소 상인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동네까지 침투한 기업형 슈퍼다.
기업형 슈퍼 문제가 더 이상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얽매여서는 곤란하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공동체 유지’라는 큰 틀이다.
김학준 사회2부 차장 kimhj@seoul.co.kr
2009-07-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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