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이버전쟁 시대의 국가안보와 대책/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수정 2009-07-15 00:34
입력 2009-07-15 00:00
사이버 공격의 배후가 북한이든 아니든 간에 이번 일을 통해 최소한 두 가지는 분명해졌다. 첫째,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한국 사회의 지식·정보기반은 공격을 의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과 대치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북한은 한국의 사이버 네트워크에 혼란을 줄 충분한 동기가 존재하며, 또 그러한 능력을 키워 온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10호 연구소’가 가공의 괴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우리에게 사이버 전쟁이나 테러를 가할 수 있는 상대는 북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사이버 공격은 모두가 승복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잡기도 어렵고, 국제적인 비난이나 실질적 제재 역시 어려워 외교적 부담이나 물리적 보복을 회피하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자 하는 행위자라면 누구나 악용하고 싶은 수단이다.
오늘날 인터넷은 많은 이들에게 있어 1차적인 정보의 획득원이다. 신문이나 방송매체가 아닌 사이버 공간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뿐만 아니라 신문·방송과 같은 기존의 대중매체들도 기사 취재·작성·편집·인쇄·전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 전산망에 의존하고 있다.
정말 생각하기는 싫지만 물리적 테러 혹은 공격과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함께 구사된다면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일상이 붕괴되어 가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야말로 사회적인 대공황이 조성되는 것이며, 이런 상태에서는 군사적인 연합지휘통제(C4ISR) 체계가 침해받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그 국가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공격의 효과로 인해 외교적 관계가 원만한 국가들끼리도 상대방에 대한 정보탐색 차원에서 저강도의 사이버 교란이나 공격이 시행될 여지는 점점 증대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을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에 의한 정보의 절취나 일시적인 접속곤란 정도로 치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군 전산망의 안전을 넘어 민간 전산망과 인터넷 공간까지를 전반적인 국가 지식·정보 기반의 시각에서 보호할 수 있는 체제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와 시민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일방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것보다는 공통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국가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범위 내에서 지식·정보보호를 위한 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정당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2009-07-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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