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전의 양면/오일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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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27 01:00
입력 2009-06-27 00:00
30년 전 자신의 고향을 떠난 사내가 돌아왔다. 철로가 놓이고 번화한 도시로 변모한 고향을 보고 사내는 말한다. “아 발전 했구나.” 잘나가던 이 도시가 하루아침에 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숲과 늪지가 점차 늘어간다. 딱따구리는 말한다. “아 발전하고 있구나.” 헤르만 헤세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람마다 서 있는 위치와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인다. 어떤 개미는 자신의 몸이 작아 사슴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음을 한탄하지만 어떤 개미는 사슴의 몸에 붙어 달릴 수 있음을 자랑한다. 나도 간혹 보행자의 입장에서 파란 신호등이 왜 이리 더디게 켜지는지 불만이 많았다. 반대로 운전할 때는 보행 신호등 때문에 왜 이리 자주 서야 하는지 짜증도 많이 났다.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나의 사고가 뒤바뀌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 일쑤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그동안 내 편의 위주로 지나치게 좁은 식견으로 사물을 재단하고 또 그것을 주장해 오지나 않았나 돌이켜 본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09-06-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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