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신문산업의 위기와 상업적 재미/김성애 경희대 대학원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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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6-23 00:00
입력 2009-06-23 00:00
왜 사람들이 점점 신문을 읽지 않는가? 다양한 분석들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재미가 없어서다. 흔히 신문의 위기를 젊은 영상세대들의 탓으로 돌리곤 하는데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디 젊은이들만의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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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애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편집장
김성애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편집장
특파원 칼럼 “美의회 신문산업 구하기 잘 될까”(5월9일자)에서, 기자는 신문위기의 극복방안으로 탐사보도의 강화를 들었다. 당위적이고 공감이 가는 대안이다. 그런데 문제는 탐사보도도 재미가 없으면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신문들은 너무 엘리트적이다. 그래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일반 서민들은 검찰총장의 사퇴보다 내 남편의 조기퇴직에, 경제엘리트들의 난해한 경제전망보다 난전 상인들의 체감경기에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은 ‘20&30’, ‘5080’등의 기획연재를 통해 각 세대별 고민과 이슈들을 풀어내고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보도기사는 여전히 아쉽다. “지방상권 몰락…반값도 못 받는 대형상가”(6월12일자)는 속타는 건물주들의 인터뷰 하나 없이 급락하는 건물매매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표·체감물가 따로 왜”(6월4일자)에서는 난전의 공기를 호흡하며 쓴 인터뷰 하나 없이 체감경기를 논했다.

다음으로 뒤집어 보는 맛이 없는 신문은 재미가 없다.

서울신문은 ‘2009 녹색성장 비전’을 통해 세계적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녹색성장의 방책들을 연재중이다. 1면 전체를 할애한 캠페인 광고도 눈에 띄었다. “지자체도 녹색성장 체제로”(6월2일자)에서는 어느 지자체가 몇 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녹색성장 교육을 할 것인지를 나열하고 있었다.

그사이 “또 다른 탐욕 ‘그린 버블’의 서곡인가”(6월13일자)라는 칼럼은 유행처럼 번져가는 녹색 바람에 새로운 방점을 찍었다. 녹색성장이 금융버블을 잠식시키기 위한 또 다른 버블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녹색성장의 이면을 뒤집어보는 통찰이 날카로웠다.

사안을 뒤집어 보는 혜안을 가지려면 저널리스트에게 전율할 만한 통찰력과 진정성 있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세계가 녹색성장에 빠져 있을 때 에티오피아에는 녹색기아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언소주가 불매운동을 벌일 때 정작 적자위기에 처한 진보지들의 구독운동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물체가 그림자를 가지는 것처럼 모든 세상사는 이면이 있다. 독자들은 그 이면을 보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현상만 나열하는 기사는 허탈한 웃음만 남긴다. “청년 백수, 이래서 힘들다”(6월21일자)에선 청년백수들의 애환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백수’라는 타이틀이 젊은이들의 수치심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이야기들을 넋두리처럼 소개하는 데 그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저널리스트 바바라 에렌라이히가 미국 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빈곤의 경제’를 저술한 것은, 단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그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빈곤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모순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원인을 분명히 적시했다. 그 점에서 위의 기사는 백수들의 삶을 그저 개인적 차원에서 전시하고 있어 허탈한 웃음만 짓게 만든다.

일각에선 신문교육(NIE)를 통해 청소년들의 신문 가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방법을 몰라 안 하는 사람은 적다. 따라서 신문의 위기에 대한 원인과 해법 역시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재미있게 쓰면, 독자들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마음이 있다.

김성애 경희대 대학원보 편집장
2009-06-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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