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의 지진 실태와 북한 핵실험/전병성 기상청장
수정 2009-06-22 00:42
입력 2009-06-22 00:00
지진전문가들은 역사기록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도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규모 6.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한다. 통일신라시대인 서기 27년 11월에 ‘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고 고려사에도 고려 정종(靖宗) 2년 7월 ‘땅이 흔들렸고 이로 인해 개성, 경주 등의 목조 가옥들이 무너졌으며 경주에서는 3일이나 땅이 흔들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약 1600여회의 지진 기록이 있으며, 조선 중종 13년인 7월 ‘담과 집이 무너지고 모두 놀라 집 밖에서 잠을 잤다. 전국 팔도가 모두 이와 같았다’고 적혀있다.
근래 들어서는 1978년 10월 규모 5.0의 홍성지진으로 1000여 채의 건물에 금이 가고, 문화재로 지정된 홍주성곽의 일부가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 외에도 2004년 규모 5.2의 울진지진이 있었다. 이런 지진들이 만약 대도시에서 발생했다면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강도다.
지진은 현대 과학기술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 세계 국가들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지진의 위치와 크기를 신속하게 관측해 최대한 빠르게 알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진관측은 자연지진뿐만 아니라 지하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도 탐지한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불시에 지하 핵실험을 했다. 이 때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감시망에 규모 4.4의 강한 인공지진이 탐지되어 정부 차원의 기민한 대응이 가능했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자연지진과는 다른 파형이 지진계로 관측되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한반도의 지진 감시는 이제 단순히 자연재해를 줄이는 일뿐만 아니라 언제 또 자행될지 모르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탐지하는 안보적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진 감시를 위해 국가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상청은 신속한 통보와 정보 전달을 위한 대국민 서비스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국가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올해 4월부터 지진 전조현상에 대한 연구 등을 목적으로 충남 청양에 지구자기관측소를 설치하여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과 크고 작은 자연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진 대비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취약한 건물을 사전 파악하고 신축 시 적절한 내진설계만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피훈련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한 지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병성 기상청장
2009-06-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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