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야간 산행/박정현 논설위원
수정 2009-05-30 00:00
입력 2009-05-30 00:00
땅거미가 내친걸음을 재촉한다. 자주 오르던 곳이어서 지리를 훤히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까웠던 것 같은 길이 멀게 느껴진다. 혹시 내려가는 길을 놓친 건 아닐까. 까딱하면 산에서 하룻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엉겁결에 동행한 동료는 바쁜 걸음에 숨을 헐떡인다. 거친 숨소리가 원망 소리처럼 들린다. 길을 찾아 하산길에 접어들었지만 울창한 나무에 가려 어둠이 급속히 찾아온다. 마침내 드러내는 민가의 불빛이 얼마나 반갑던지. 동료와 함께 북한산 아래 음식점에서 막걸리 잔을 부딪치면서 서로 다짐한다. 다시는 ‘야간 산행’을 하지 말자고.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2009-05-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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