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신종플루에 인권실종 유감/정현용 정책뉴스부 기자
수정 2009-05-11 01:18
입력 2009-05-11 00:00
보도 이후 이 남성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바퀴벌레나 쥐, 벼룩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추정환자로 분류되자마자 국군수도병원에 격리됐지만,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나 친척들은 언론보도를 접하고 대면조차 꺼려했을 것이다.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누구도 개인신상이 무리하게 공개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알권리’를 내세워 샅샅이 파헤치는 언론의 취재경쟁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혼란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정부의 행태는 취재진으로서 지니고 싶은 냉정함을 잃게 한다. 정부는 앞서 직접 50대 남성의 개인정보를 흘려놓고, 이어 취재진에게 ‘추정환자의 신상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다.
유사한 사례는 계속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양성환자 발견’이라는 단독보도가 신상공개와 함께 이어졌다. 국익차원에서 일부 환자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얘길까.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정부나 언론의 보도행태에서 환자의 인권보호란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정현용 정책뉴스부 기자 junghy77@seoul.co.kr
2009-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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