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대강 사업 기후변화·중소하천 고려를/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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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9 01:11
입력 2009-04-29 00:00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하천에 붙은 곳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천변에 모여 살면서 필연적으로 홍수 문제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인더스문명은 홍수에 망했다고 하며,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로 일컬어지는 요순시대에도 홍수는 골칫거리였다. 요임금이 치수를 맡긴 사람은 곤이었는데, 곤은 상제의 보물인 식양을 훔쳐 치수에 사용했다. 식양은 끝없이 불어나는 흙으로, 이를 이용해 제방을 쌓았으나 상제가 식양을 거두어 가자 홍수가 다시 범람해 많은 백성들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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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요임금의 다음 임금인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에게 치수를 맡겼다. 우는 13년 동안 쇠신발이 닳도록 산에 오르고, 자 하나로 구주팔황을 측량했다. 우는 아버지 곤과는 달리 하천의 막힌 곳을 터서 잘 흐르도록 하고 강바닥을 파서 물길을 열어주니 마침내 천하의 물길이 잡혔다. 이 공으로 임금이 된 우는 하왕조의 시조가 된다. 예로부터 이수(利水)·치수(治水)와 같은 하천관리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중요 책무였다. 곤이 치수에 실패한 이유는 흐르는 물길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제방이 일시적으로 홍수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결국 9년 동안의 노력에도 제방이 무너져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우는 아버지 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모든 하천을 직접 답사해 특성을 파악한 후 지역적 특성에 맞춰 필요한 곳에서는 강제로 막힌 제방을 열고 강바닥을 파내 13년 만에 물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몇 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그동안 대하천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한다. 대하천에 비해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건천화 등 하천유량의 부족으로 용수원의 역할이 어려워지면서 가뭄과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하천이 대동맥이라면 지방하천·소하천은 동맥과 실핏줄로 지방하천과 소하천이 지역특성에 맞추어 살아날 때 대하천도 제 기능을 다하게 된다.

다음으로 기후변화를 고려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돼야 한다. 기후변화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과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유역의 수자원과 하천유량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강우량은 늘지만, 강우일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홍수와 가뭄이 더 빈번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과거와 현재의 수문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고려해 미래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모든 사업을 완료하려는 조급한 마음은 버려야 한다. 경제상황이 힘든 현 시점에서 실물경기 회복이 급선무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하천을 살린다는 것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사업인 것이다. 억지로 제어할 때 어디선가 탈이 나고, 순리에 따라갈 때 비로소 물길을 잡을 수 있었던 곤과 우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후대에 진정 ‘4대강을 살린 사업’이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하에 단계적으로 순리에 따라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보물인 식양으로도 하천을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2009-04-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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