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血稅/김성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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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4 00:00
입력 2009-04-24 00:00
검지 손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유리 문 틈에 끼인 탓이다. 피를 보게 한 문이 야속하다. 아니 손가락조차 간수 못한 무신경이 더 밉다. 반창고로 손가락을 감아 매 본다. 피가 묻어난다. 상처가 깊은가 보다. 겁이 난다.

벗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얼굴 보기 힘들다고 악악대는 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반창고를 몇 개 덧 감고 벗들 앞에 선다. 반창고 위로 핏자국이 또 비친다. 슬그머니 손을 내려 주머니에 찔러 본다. 저린 기가 팔을 타고 흐른다. 소리를 질러대며 끼리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는 녀석들이 그냥 밉다.



시끌시끌하던 ‘지방방송’이 갑자기 꺼진 채 화제가 모아진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가 보다. 귀를 세워 말을 챙긴다. 혈세(血稅) 빼돌린 이야기다. “OOO가 국고에서 O억을 챙겼다면서” “혼자 해먹었을까?” “설마 그랬겠어” 또 패를 지어 지방방송을 시작한다. 잊었던 손가락의 통증이 도진다. 반창고 핏빛이 더 선명해졌다. 아프기도 더 아프다. 손가락 하나 챙기지 못한 내가 정말 밉다. 눈뜨고 혈세를 서리 맞은 마음들이야….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4-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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