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야구가 높인 ‘한국 브랜드’/탁석산 철학자
수정 2009-03-26 00:14
입력 2009-03-26 00:00
한국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도 그동안 끊이질 않았다. 국제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립으로 인해 발전에 지장이 많다는 주장은 학계나 언론에서 항상 떠들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 그것은 구세대에나 해당되는 것 같다. 구세대에게 미국은 지금도 넘을 수 없는 큰 나라다. 미국 학술지에 실리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표 팀은 평균 연령이 26세 정도 되는 신세대로 이루어져 있어 미국이라고 해서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 윤석민 투수는 시합 후 메이저 리그 선수들이라서 몰랐기 때문에 더 자신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메이저 리그 선수라는 것 자체에 주눅이 들어 제 공을 못 던지는 게 예사였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와 인터넷에서 자라난 신세대에게는 열등감이 없다.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미국 야구가 한국 야구보다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시합에서는 던지고 치고 달릴 뿐이다.
이번 대회가 미국에서는 거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은 메이저 리그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축구에서의 영국처럼 되지 않을까 한다.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고 프리미어 리그가 세계 최고 리그라고 할 수 있지만 영국 대표 팀은 세계 최강이 아닌 지 오래됐다. 미국의 야구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이지만 메이저 리그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중남미 선수들이고 국가 대항전에서는 베네수엘라, 일본에 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형의 야구팀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것의 중심 축 중 하나는 한국이다. 그 결과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다른 나라에서는 아닐지라도 일본에서 높이는 데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구에서 존경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우승보다 더 귀중한 존경과 인정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시합 외 소득이다.
탁석산 철학자
2009-03-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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