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래시계/강석진 논설위원
수정 2009-02-13 01:06
입력 2009-02-13 00:00
나도 바라본다. 저 모래는 어디서 왔을까. 잔물결 살랑대는 강변에서 왔을까. 파도소리 들으며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를 꿈꾸던 어느 바닷가에서 실려 왔을까. 작은 게의 간지럼에 숨을 구멍을 내주면서 부서진 조개껍질이랑도 사이좋게 지냈겠지. 그도 아니면 태양이 작열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그리하여 만물이 마침내 잘게 부서지고 마는 사막 출신일까.
드넓은 곳에서 영겁의 세월을 지켜보았을 모래가 유리병에 갇힌 뒤로는 손가락 길이나 겨우 되는 거리를 아래 위로 오고가며 인간의 땀빼는 시간을 재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도 모래는 대지와 바다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잊지 않았을 거야. 내가 유리병을 열어 쏟는다면 언젠가 그곳으로 달려가겠지. 하지만 두어번 뒤집는 동안에도 끝내 유리병을 열지 못했다. 내 물건이 아니므로.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9-02-1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